[보드게임] 팬데믹 레거시 플레이 일지 - 12월(完) 게임 이야기

12월 플레이 인원 : 마오(면역학자), 솔라(연구원)

* 본문에 팬데믹 레거시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후 팬데믹 레거시를 플레이할 예정이신 분은 읽기를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Prologue

굳건한 철문으로 봉쇄된 작은 방, 개인용 세면대와 좌변기, 그리고 위에 누운 사람이 조금만 움직여도 삐걱대는 낡은 침대만

놓여 있는 이곳은 마치 감옥을 연상케 했다.

그런 누추한 곳에 드러누워 있는 인물은 WHO 질병관리센터 애틀란타 연구소의 소장 제임스 자비에르 교수이다.

조디악 요원들의 습격에서 부하들을 지키기 위해 희생양이 된 그는 함께 잡힌 다른 연구원들과 달리 독방에서 '대접'받고 있다.

하루에 세번 꾸준히 들여오는 식사는 허름한 이 방과 달리 제법 훌륭했고, 그가 원한다면 각종 책이나 잡지를 공수해 주었으며,

하루에 한번씩 그를 찾아와 조디악에 합류하라는 제안을 하는 노인은 신사적으로 그를 응대했다.

그럼에도 이 거만한 노인은 자신에 대한 접대에 불만이 많았다.

담배를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담뱃잎을 직접 블랜딩하는 이 골초 노인네에게 한달넘게 금연을 강요하는 것은 매우 가혹했다.

매일 매일 담배좀 달라고 성화를 부려도 자해의 위험이 있다는 가당치 않은 이유로 끝까지 담배를 주지 않은

조디악의 행태에 노인의 역정은 하루를 멀다하고 심해졌다.

식사를 가져오는 병사를 겨우 설득한 덕에 일주일에 한두개피 얻어피지 않았다면 이미 미쳐버렸을 것이다.

아니, 담배를 위해 조디악에 가입했을지도 모른다.

혹시 그러한 부분을 노린거라면 조디악은 그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대단한 집단이리라.

여튼 그런 그가 오늘은 휘파람을 불며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오늘은 그에게 담배를 가져다주는 병사가 식사를 배달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갇힌지 며칠이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근무하는 병사들의 주기를 통해 언제 담배를 필 수 있을지는 용케 파악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는 절실했다.

밖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슬슬 담배...아니 식사가 올때가 된 시간이긴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소란스러움이었다.

삐걱소리와 함께 노구를 일으킨 자비에르 교수가 일어서려는 순간,

콰앙!

자신을 가두고 있는 굳건한 철문이 굉음과 함께 움푹 찌그러졌다.

놀란 자비에르 교수가 침대에 주저앉음과 동시에 찌그러진 철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고 열린 문 뒤에는

검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검은 망토로 몸을 감싼 거대한 체구의 장정이 서있었다.

"제임스 자비에르 교수십니까?"

괴한의 조금은 오싹한 중저음의 목소리와 보기드문 옷차림을 본 교수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도시전설인줄로만 알았는데 실제로 보게 될줄은 생각도 못했구려. 내가 자비에르 맞소이다."

"다른 연구원들은 모두 구출했습니다. 위층으로 올라가셔서 그들과 함류해 탈출하십시오."

이어서 괴한은 작은 USB를 꺼내 교수에게 건냈다.

"믿을만한 지인에게 몸을 피한 뒤에 살펴보십시오. 꼭 필요할 것입니다."

말을 마친 괴한은 바쁜 일이 있는지 어둠속으로 다시 사라졌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자비에르 교수는 중얼거렸다.

"번번히 신세만 지는구려. 고맙소이다."

찌그러진 철문을 조심히 열고 나온 자비에르 교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수십명의 조디악 병사들이

제 한 몸 가누지 못하고 널부러져 있는 복도였다.

어느 하나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앞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없어보였다.

신음소리만 들리는 복도를 조심히 지나던 중 그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쯧쯧, 제법 마음에 드는 친구였는데 안되었구만."

바로 자신에게 담배를 전해주던 마음 착한 병사였다.

그는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눈이 뒤집힌 채 침을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조금은 친숙한 얼굴의 안쓰러운 모습을 본 자비에르 교수는 그에게로 다가가 몸을 수그렸다.

금세 다시 몸을 일으킨 교수의 손에 들린 것은 담배 한개비와 낡은 라이터였다.

-----------------------------------------------------------------------------------------------------------------

[Extension]

조디악의 코드명 사자자리이자 미국의 초대형 군수업체 마틴 인더스트리의 회장 가르시아 마틴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중 한 사람인 그답게 철저한 건강관리를 통해 60대의 나이에도 40대의 신체지수를 지닌 그였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노환이 찾아와 지금 보이는 것이 헛것일리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믿고 싶었다.

자신의 회사가 최근에 완성한 프로토 타입의 액소슈츠와 그를 통해 전차도 상대할 수 있는 화력으로 무장한

자신의 특수 경호원 수십명이 단 한사람에 의해 철저하게 무력화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부하들처럼 최신 장비를 착용한 것도 아니었다.

날카롭게 갈린 부메랑 몇개와 연막탄, 와이어가 연결된 갈고리 총, 전류가 흐르는 부착형 장치 몇개만을 이용하여

자신의 부하들을 모조리 때려눕힌 것이다.

말그대로 극한으로 단련된 인간의 육체가 행할 수 있는 최고의 폭력만으로 자신의 작품이 무력화된 것이다.

이러한 말도 안되는 상황을 연출한 거한이 자신을 대면하고 있다.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초거대그룹의 총수답게 금세 당황한 모습을 감추었다.

 "이곳은 자네 서식지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내가 거기에 뭔가를 저지른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네."

 "필요하면 둥지에서 나오기도 하는 법이지."

자신의 비아냥에 가벼운 농담으로 응수했지만 그 말투에 친근함은 전혀 없었기에 더욱 소름돋았다.

마시던 위스키를 마저 들이킨 마틴 회장은 다시금 물었다.

 "그래서 뭐가 필요하기에 내 회사를 이리 엉망으로 만든거지?"

 "플랜 제노사이드"

 "우리 회사에 그런 사업은 없는데...?"

청문회에 호출될 때마다 몇번이고 지어 이제는 일류 배우 못지 않게 자연스러운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대답에도 불구하고 괴한은 표정은 커녕 목소리의 변화도 없었다.

 "네가 조디악의 사자자리란 것은 알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는게 서로에게 좋을거야."

블러핑이 아니다. 숱한 사업 교류와 적지 않은 도박의 경험에서 이 판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블러핑을 시도했다. 그것만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패였기 때문이다.

 "조디악이라면 최근에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미친 소리를 하는 집단 아닌가? 보아하니 중국과 손을 잡은 것 같은데

 중국 주석이나 찾아가보지 그러나?"

최고의 블러핑은 누구나 믿을만한 블러핑이다. 그렇기에 약간의 진실이 섞여 있어야 효과적이다. 그렇기에 그는 과감하게

조디악의 처녀자리를 공개한 것이다. 이는 자신은 내버려둬 달라는 뜻이 은연중에 담겨져 있기도 했다.

 "처녀자리는 맡은 임무가 다르지. 내가 원하는 걸 알고 있는 건 사자자리인 너뿐이야."

너무나도 날카로운 대답에 마틴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블러핑과 함께 청문회에서 수천만을 속여오던 그의 가면이 깨졌다.

 "나...나는 아무것도 몰라!"

 "그렇게 나와줘야 나도 즐겁지."

천천히 다가오는 괴한의 모습을 보며 가르시아 마틴은 자신이 처음으로 사업에 실패했음을 직감했다.

-----------------------------------------------------------------------------------------------------------------

 "플랜 제노사이드요?"

무사히 탈출한 자비에르 교수와 연구원들은 조디악의 차량을 탈취해 W기업의 뉴욕지부로 숨어들었다.

그곳에서 Team HOPE의 일행과 재회한 교수는 괴한에게서 받은 USB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조디악의 비상계획인 플랜 제노사이드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런 짓을 계획하고 있었다니, 정말 미친 놈들 집단이었군."

피에트로의 거친 말에 아무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들이 본 내용은 그만큼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플랜 제노사이드

CodA를 전세계에 감염시킨 뒤 치료제를 볼모로 각국의 정부와 기업들을 복속시킨 뒤 현재의 체제가 아닌 새로운 지구연합을

창설하여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세계를 바꿔나가겠다는 그들의 계획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예비 계획이었다.

CodA를 비밀리에 배포하는 것이 아니라 대량을 일제히 전세계에 살포하여 전세계 사람들을 투명화 병으로 감염시켜

투명화병의 폭력성으로 자멸하게 만들어 인구수를 극단적으로 줄인 다음 선택받은 인류만으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다는

말도 안되는 계획이었다.

벌써 한갑째 줄담배를 피고 있던 자비에르 교수가 새 담배를 뜯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든든한 조력자가 알려준 자료에는 저 CodA 농축액이 보관되어 있는 곳도 기록되어 있더군.

 참나... 사람을 우습게 봐도 유분수지. 살다 살다 이렇게 불쾌한 적은 처음이야."

교수가 화를 내는 이유를 다른 요원들도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CodA 농축액이 보관되어 있는 곳을 모르는 사람은 이자리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파괴해야합니다. 지금의 치료제 생산량만으로는 이런 대량 살포는 절대 막을 수 없습니다."

 "파괴과정에서 누출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제니스의 질문에 커크 대령은 신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C4만 사용하는게 아니라 네이팜탄을 연계하여 태워버린다면 어떻습니까?"

바이러스학자인 루시 박사는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열기만 충분하다면 기화되어버린다 해도 바이러스가 충분히 변질될거에요. 특히 보관되어 있는 곳이 지하인 만큼

 대기중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없겠네요. 하지만 토질이나 지하수가 오염될 가능성은 있으니 뒷처리가 어려울거예요."

 "그건 W기업에서 도와주기로 했네. 회장이 돈은 신경쓰지 말라고 하더군."

구름과자로 도넛을 만들던 자비에르 교수의 화끈한 대답에 다들 토론이 무의미해짐을 느꼈다.

 "CodA 탱크를 파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CodA 치료제를 배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은 백신 접종이 완료되어 가장 먼저 조디악에 가입했던 중국조차도 인민들이 적극적으로 시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세아니아 지역과 LA는 아직 치료제 배급률이 너무 저조해요."

 솔라는 중요한 부분을 지적하고나서 슬쩍 자비에르 교수의 눈치를 보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번에는 저번과 반대로 치료제 배포로 시선을 끌고 그사이에 CodA 탱크를 수색하는게 좋겠습니다.

 치료제 배포에 관심을 갖는 나라들이 많은 만큼 일부러 눈에 띄게 활동하면 조디악은 제노사이드 플랜보다도 우리를 막는데

 초점을 둘거에요. 가입한 국가들이 떨어져나가면 곧바로 자신들의 적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테니까요."

자신의 공백을 느낄수 없는 회의를 지켜보던 자비에르 교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담배를 즐겼다.

아예 뒤돌아서 담배를 피는 자비에르 교수를 보던 솔라는 침을 꿀꺽 삼키고 힘차게 말했다.

 "Team HOPE의 마지막 작전, 시작하죠! 목표는 WHO 애틀란타 연구소!"

--------------------------------------------------------------------------------------------------------------------

12월 7일

Team HOPE 일행이 CodA 전념하는 것을 방해라도 하려는 듯 YG와 블루의 확산이 엄청난 속도를 나타냈다.

알제에서 발생한  YG의 대량 확산은 순식간에 도시를 패닉 상태로 만들었다.

(알제 불안레벨2, 불안레벨3)

이러한 비정상적인 확산이 조디악의 의도적인 확산임을 감지한 HOPE 일행은 CodA 탱크의 처리가 절실함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여유있게 완치가 가능한 YG의 대량 확산만으로도 순식간에 도시가 마비되는데 치료제가 부족한 CodA가 확산된다면

 치료제를 배포할 세도 없이 인류가 멸망수준까지 이를 것이라는 부분은 모두들 파악하고 있었다.


12월 21일

한때 질병 치료의 총본산이었던 WHO의 애틀란타 연구소는 몇달사이에 조디악의 요새로 탈바꿈해 있었다.

조디악에 속해있지 않은 직원들은 모조리 감금당했고 그 빈자리는 미군출신의 조디악 요원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렇기에 애틀란타 연구소에 잠입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지만 HOPE 요원들에게도 큰 이점이 있었다.

바로 연구소가 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곳이라는 것이다.

특히 업무시간중에도 몰래 연구소밖으로 빠져나갔던 피에트로의 개구멍은 일행이 연구소로 숨어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제공했다.

그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CodA 농축액이 보관된 곳은 연구소 자제 창고가 아니라 직원들의 기숙사에 생활비품을 제공하는

일반 창고였다.

CodA 농축액은 지금껏 생활비품으로 위장되어 연구소를 드나들고 있던 것이다.

조디악 요원들에게 틀키지 않기 위해 낮에는 빈 숙소에 몸을 숨기고, 밤에는 창고를 구석 구석 수색한 결과 그들은

마침내 위장되어 있던 농축액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창고 밖은 여전히 많은 조디악 병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기에 쉼사리 폭파하지 못하고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디악 요원들이 일제히 혼란에 빠지게 될 시기를...


12월 24일

북미 대륙에서 유일하게 격리되어 있는 LA

이곳을 격리하던 미군 병사들은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환자들을 감시하던 평소와 달리 도시 입구에 게이트를 설치하고

환자들을 인솔하고 있었다.

드디어 미국 본토에 CodA 치료제가 도착한 것이다.

이 치료제가 LA에 배포되면 이 끔찍한 CodA는 완전히 근절되는 것이다.

시드니에서 배송되어 오는 치료제를 노리고 조디악의 무장단체가 몇차례 습격을 가하였지만 미 제7함대가 호위하는 수송선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그렇기에 육지에서 치료제를 배포하는 것을 방해할 것이라는 제보가 있어 LA를 격리하던 병사들은 한층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예상이 적중하여 도움이 된 것은 바로 애틀란타였다.

LA의 치료제를 습격하기 위해 대규모 병력이 빠져 나간 덕에 애틀란타 연구소가 평소에 비해 텅 비게 되었고

이 시기만을 기다리던 일행들은 드디어 폭탄을 작동시킬 수 있었다.

콰과과광!!!!

엄청난 굉음과 함께 불타오르며 순식간에 무너지는 창고를 트럭을 타고 탈출하며 바라보던

Team HOPE의 일행들은 큰 환호성을 질렀다.

(승리조건 달성 - 애틀란타 CodA 농축 탱크 발견)

조디악의 무장세력이 아무리 강하다해도 LA로 들어오는 치료제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설사 그것을 막는다해도 문제없었다.

시드니에서 들여오는 치료제는 극소수이고, 실제 치료제는 이미 시애틀을 통해 도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군의 믿을만한 장군에게 인도되어 치료제 배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더이상 조디악을 지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승리조건 달성 - 모든 투명화 도시에 백신 접종)

자연이 인류를 거부한 것이라면 어쩌면 인류는 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와의 싸움은 결국 해결책이 있는 법이고, 우리는 그것을 찾아냈다. - End

-------------------------------------------------------------------------------------------------------------------

최종 평가

게임 기록지
 첫 시도 승리 40 * 9 = 360
 재시도 승리 20 * 1 = 40
 소계  400 / 480

도시 현황
 공황 0-1단계 도시 수 5 * 36 = 180
 공황 2-3단계 도시 수 2 * 11 = 22
 공황 4단계 도시 수 1 * 1 = 1
 소계 203 / 240

보너스
 모든 투명화 도시에 백신 접종 100
 애틀란타에서 CodA 비축탱크 찾아 파괴 100
 게임판에 군사기지가 하나도 없음 0
 8번 보관함 개봉 0
 브라보팀 도움 받음 0
 소계 200 / 280

총계 803 / 1000

최종 평가 : 전설적 위업(801~1000)

 -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합니다. CodA는 근절되었고, 조디악은 분쇄되었으며, 이듬해에 세계가 회복됩니다.
   여러분은 전장에서 은퇴해 즐거움 속에서 여생을 보냅니다.
   미럐 세계의 지폐에는 여러분의 얼굴이 올라 있을 것입니다.

--------------------------------------------------------------------------------------------------------------------

Epilogue

2017년 6월

조디악 사태의 완전 종결 선언으로부터 3개월이 지났다.

사건 해결의 주역이었던 Team HOPE의 일행들은 각종 매체들로부터 관심을 받으며 익숙치 않은 인터뷰와 TV쇼 출연으로

고생했다.

그런 삶이 차츰 익숙해질 무렴이 되니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던 차츰 새로운 이슈들에 묻혀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그들은 겨우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물론 돌아온 자리는 조금씩 변해 있었다.


팬데믹 사태에서 치료제 개발의 주역이었던 과학자 지현은 현재 자신의 고향인 대한민국에 머무르고 있다.

백신을 접종하였다고는 해도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는지라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존재했고,

투명화 병의 발생지였던 서울은 유독 CodA의 변이가 심했던지라 후유증의 증상이 다양했다.

그런 환자들의 상태를 보살피고 혹시나 모를 재발 방지를 위해 WHO는 W기업과 협력하여 서울에 임시 연구소를 설치하고

최고의 연구진을 급파하였다.

지현은 대응팀의 팀장으로 서울에 온 것이다.

물론 그러한 결정에는 그녀가 위험천만한 일에 주역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그녀의 부모님의 성화가 컸던 탓도 있다.

세계를 구한 영웅 중 한명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놓칠리 없는 대한민국 정부와 언론매체들은 수차례 그녀와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그녀는 평소처럼 냉정한 말투로 환자들이 모두 치유될 때까지 어떠한 공적 접촉도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어

관계자들을 당황케 했다.


항상 최전선에서 구호활동을 펼쳤던 라이언은 WHO 구호부대를 은퇴하고 부모님과 함께 미네소타에 살고 있다.

훤칠한 외모의 라이언은 각종 방송 인터뷰에서도 유려한 입담과 외모로 순식간에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고통받는 환자들과 오랜 시간 대면했던 라이언은 갑작스레 수많은 여성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 부담스러웠고,

팬데믹 당시의 경험과 섞여 약한 PTSD 증상을 겪게 되었다.

그러한 심경의 변화로 인해 결국 라이언은 은퇴를 결심하고 본가로 돌아간 것이다.

그는 그곳에서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기 위해 새로운 전장을 달리고 있다.

또한 수많은 미녀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고향으로 돌아간 지금 오랜만에 재회한 소꼽친구와 연애중이다.


미군의 검역 전문가 가넷 리는 그동안의 활약을 인정받아 2계급 특진하여 중령이 되었다.

특히 그녀가 팬데믹 사태중 개발한 질병 발생 예측 프로토콜은 그 뛰어난 정확성으로 수많은 위기를 예방하는데

큰 효과가 있음이 증명되어 학계에서 인정하는 공인 프로토콜로 인증받았다.

다른 질병에도 대응할 수있도록 수정한 버전을 배우기 희망하는 많은 군부대를 위해 그녀는 세계를 돌며 교육을 행하고 있다.

그로 인해 그녀의 딸 주디를 볼 수 없는 시간이 더 줄어들었다고 불만을 호소했지만

W기업이 후원해준 무제한 위성 스마트폰을 통해 딸에 대한 그리움을 삭이고 있다.


조디악 사태때 군 병력을 통솔했던 커크 대령은 사태가 진정된 후 군사재판에 회부되었다.

사유는 명령 불복종, 아무리 조디악이라는 집단의 사주가 있었다지만 군인으로서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무단으로 군시설을

이용한 점, 각종 폭발물로 군사시설을 파괴한 점이 용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나 억울한 상황에 다른 사람들은 분을 삭이지 못했겠지만 커크 대령은 침착하게 재판에 대응했다.

그러는 한편, 침착하게 버킷 상사와의 연계를 통해 교묘하게 함정을 팠다.

그 결과 아직 미군부에 남아있던 조디악의 잔재를 찾아내어 역으로 그들을 채포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군사재판은 조디악에 합류했던 장성들의 보복성 조치였던 것이다.

그들의 존재를 추적하다보니 거대한 정치 게이트로까지 이어져 있음을 발견해 FBI와 함께 조디악의 남은 잔뿌리를 미국에서

완전히 캐어내기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수많은 조디악 병사들을 쓰러뜨리며 동료들을 구원했던 버킷 상사 역시 명령 불복종이라는 이유로 불명예 제대를 당했다.

하지만 그덕분에 군부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그는 커크 대령을 도와 조디악의 잔당을 소탕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그런 그의 실력을 아는 각종 기관에서 스카웃 제의를 해왔지만 모두 단칼에 거절하고 지금도 자기만의 길을 가고 있다.

가끔씩 W기업의 여러 지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외에는 그의 종적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운항 관리자 피에트로 초이는 여전히 애틀란타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조디악 사태로 날아갔던 연구소는 W기업의 어마어마한 후원금 덕분에 순식간에 수리되었고, 그로 인해 피에트로가 애용하던

개구멍도 막혀버렸다.

어쩔수 없이 외출증을 끊어 연구소 밖을 나간 그는 제법 먼 거리에 위치한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했다.

그가 마셨던 최고의 커피와 비슷한 느낌을 내는 곳을 찾기 위해 몇개월을 카페를 떠돌아 다녔고, 겨우 발견한 곳이 이곳이다.

직접 로스팅을 하는 것도 몇차례 시도해 보았지만 재능이 없는지 도저히 멋진 맛을 낼수 없었기에 찾아낸 차선책이었다.

매일 같이 자신의 작은 가게를 찾아와 커피를 주문하고, 흡족하게 마시는 피에트로의 모습을 보던 여주인은 이 잘생긴

청년에 호감을 내비췄고, 피에트로 역시 싫지 않은 눈치였다.


바이러스 학자 루시는 W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본래 조디악의 선임 연구원이었던 그녀였지만, 조디악의 사상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Team HOPE에 바이러스 정보를 제공,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준 전적을 인정받아 보호감호의 형태로 W기업에서

일하기로 한 것이다.

그녀의 국적이 아직 동유럽 출신이기에 미국에서 함부로 억류할 수 없다는 점과 W기업이 갑작스레 몰락한 군수업체

마틴 인더스트리를 제치고 미국 정부와 생화학 무기 방호 설비에 대한 업무 제휴를 맺은 점이 그녀의 처분을 결정하는 데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주일에 한번씩 보호 감찰관과의 면담이 있지만 애초에 외톨이었던 그녀는 새로운 환경에서 하고싶은 일을 마음껏

할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지금의 처지에 만족하고 있었다.


CodA 치료제를 개발한 면역학자 마오 교수는 위스콘신 주립 대학의 교수자리를 제안받아 가족과 단란한 삶을 살고 있다.

천재로 태어났음에도 나라를 위해 그 모습을 억지로 숨기고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마오 교수가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학계는 혜성처럼 나타난 천재의 활약에 하루가 다르게 뒤흔들렸다.

중국에서 마오 교수의 망명이 미국의 납치라는 말과 함께 마오 교수의 반환을 요청했지만 조디악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대가로

국제 위상이 대폭 감소한 중국의 발언력에 움찔하는 나라는 없었다.

또한 중국 최고 주석이 조디악의 간부였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중국 내부에서 대규모 민중 봉기가 일어나자

더이상 중국은 마오 교수를 신경쓸 세가 없었다.

진정한 자유를 얻은 마오 교수가 CodA 치료제를 개발하던 경험을 살려 부작용 없는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은

조금은  먼 훗 날의 이야기이다.


WHO 질병관리센터 애틀란타 연구소의 연구소장으로 복직한 제임스 자비에르 교수는 연구소가 재개장한 이후로

매우 바쁜 삶을 살고 있다.

그의 개인연구실은 재개장 이후 하루도 불이 꺼지지 않고 있고 그의 조교들은 매일 초췌한 모습으로 퇴근하고 있다.

연구소 완공 기념으로 찾아온 W기업의 회장이 무엇을 하느라 그리 바쁘냐고 묻자 그는

 "언제 또 이런 일이 생길지 모르니 1년치는 미리 만들어 놔야겠어."

라는 자비에르 교수 본인을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최고급 원단으로 입는 사람의 몸에 직접 맞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장이 터질듯한 환상적인 비율의 몸을 지닌

W기업의 젊은 회장은 바람둥이 제벌2세라는 이미지를 벗고 세계 굴지의 사업가로 자리잡았다.

조디악 사태로 입은 피해 복구를 위해 천문학적인 재산을 기부한 그는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

라는 한마디를 남긴 것으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원래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국적 기업인 W기업은 CodA 치료제 개발과 방호시설에 한정된 군수계약 등을 토대로

명실상부 세계 제일 기업으로 자리잡는데에 성공했다.

그로 인해 치솟는 W기업의 주가로 인해 경제 전문가들은 피해 복구를 위해 기부한돈은 W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돈에 비하면

세발의 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조디악 사태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Team HOPE를 이끈 솔라는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당찬 리더쉽을 지닌 그녀에게 정계에서 많은 러브콜이 온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러한 제의를 그녀가 받아들인 것은 그녀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그녀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며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혹시라도 다시 발생한다면 더욱 유려히 대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내뱉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

[Extension]

지와타네호

태평양이 아름답게 보이는 맥시코 서부의 인적 드문 바닷가에서 한 남자가 집을 짓고 있었다.

작은 터에 각종 건축 자재들이 쌓여 있고, 남자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열심히 대패질을 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일을 했는지 그의 검은 피부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낸 그는 잠시 대패질을 멈추고

오랜 시간 구부렸던 허리를 펴 노동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고나서

올드팝이 흘러나오는 라디오와 하얀 머그잔이 있는 탁자로 걸어갔다.

하얀 머그잔에는 이미 식은지 오래된 커피가 반쯤 채워져 있었다.

남자는 이미 식을대로 식은 커피를 들고 살짝 향을 맡은 뒤 한모금 들이켰다.

자신이 직접 고른 최고급 커피를 스스로 정성껏 로스팅 했기에 아무리 식었어도 향과 맛은 남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남자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에 문 채 다시 목재를 다듬기 시작했다.

그의 표정에 후회나 아쉬움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

[Extension]

12월 30일

도저히 한사람의 방이라고는 볼 수 없는 넓은 방이었다.

그 방을 가득 채운 가구들은 황금으로 치장되어 가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런 호화로운 방에 이제 막 씻었는지 샤워가운만 입고 들어오는 남자가 있었다.

160도 안되는 작은 키에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적당한 주름, 눈꼬리가 추욱 쳐진 작은 눈과 살짝 올라가 미소짓는 것처럼

보이는 입을 지닌 남자의 첫모습은 온화한 노인 그자체였다.

주변 사람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웃으며 인사를 건낼만큼 친근한 외모를 지닌 남자는 그런 친근한 외모와 달리

자신의 방처럼 황금 자수가 수놓여진 화려한 샤워가운을 입고 있어 괴리감을 표출했다.

그는 바로 조디악의 총수 양자리.

그는 선지자였다.

태어날때부터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축복받았고, 부족함 없이 사랑받으며 자라왔다.

그렇기에 그는 인간을 사랑했다.

인간이란 얼마나 아름답고 밝은 존재인가?

마치 저 하늘의 별처럼 숭고한 존재가 아니인가?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받은 사랑만큼 인간들을 사랑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별처럼 밝게 빛나는 인간을 보기 힘들었다.

사회라는 전장에서 인간은 숭고한 별이 아니라 서로를 불태우는 치열한 불꽃이었다.

그는 그것이 너무 슬펐다.

별처럼 아름답고 밝은 존재들이 스스로를 빛낼 생각은 안하고 스스로를 태워 상대를 이기려고만 한다.

분명 인간은 아름다운 존재인데 어째서 그런 것일까?

고뇌하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자 마침내 그는 깨달았다.

너무 많았구나.

이 별처럼 아름다운 인간이 살기에 이 지구라는 곳은 너무나도 좁구나.

이 숭고한 별들이 빛나기에는 자원이 너무나 부족하구나.

그래서 싸우는구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빛내기 위해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니까.

아아 그렇구나. 인간은 여전히 자신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빛내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것뿐이었다.

역시 인간은 아름답구나.

깨달은 순간 그는 결심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빛날 수 있도록 이 한 몸을 바치자.

그들을 이끌어줄 등불이 되어 경쟁하지 않아도 되도록 이끌어주자.

그렇게 결심한 그는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 조디악을 창설했다.

자신의 뜻에 공조하는 자,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부를 이끌려는 자, 지금의 세상에 부조리함을 느낀자,

재능이 있지만 그 재능을 쓸 줄 모르는 자들을 모아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기를 10여년, 드디어 세상을 바꿀 기회가 찾아왔으나 봉황의 뜻을 모르는 참새들이 일을 망쳐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겨우 참새일뿐, 어찌 봉황의 뜻을 알랴.

노인은 최고급 소파에 앉아 리모콘을 조작했다.

황금으로 치장된 벽이 갈라지더니 6개의 모니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니터에는 Team HOPE 일행이 파괴한 CodA 농축 탱크와 똑같은 것이 6개나 비쳐지고 있었다.

애틀란타 연구소에 있던 것은 초기 계획대로 CodA 배포를 위한 비축분이었을 뿐,

플랜 제노사이드를 위해 준비해놓은 진짜 농축액은 이미 6대륙의 중심지에서 개화할 시간만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노인, 양자리는 6개의 탱크를 잘 익은 열매를 보는 농부처럼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드디어 내일이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구나! 이 시련만 벗어난다면 인류는 더욱 아름답게 빛나겠지 허허"

 "설마 조디악의 총수가 사이비 종교인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

혼자뿐인 방에서 들려온 낯선 이의 목소리에 양자리는 깜짝 놀라 뒤돌아 보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의 뒤에는 검은가면과 검은 망토로 몸을 가린 거한의 사내가 서 있었다.

 "뭐...뭐냐 네놈은?!"

노인의 질문에 아랑곳않고 괴한은 말을 이어나갔다.

 "한 나라의 수뇌부, 세계굴지의 기업가,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을 조종하고 있던자가 한낱 사이비 종교의 교주였다니,

 그들은 알고 있나?"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한 노인은 재빨리 자신의 책상으로 뛰어갔다.

허나 괴한은 그러한 노인의 모습을 바라만 볼 뿐 아무런 재제도 가하지 않았다.

노인이 서랍을 열자 그곳에는 황금으로 치장된 스위치가 있었다.

노인을 그것을 집어들고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네놈이 무엇이든간에 나를 막을 수는 없다.이미 모든 준비는 끝났어! 이것만 누르면 끝이야!"

블러핑이 아닌 진심이었음에도 괴한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새로운 세상은 모두가 빛나는 별처럼 아름다워지기를! 하일 조디악!"

노인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나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 스위치는 전세계의 CodA 농축탱크를 살포하는 스위치였을 뿐이니.

하지만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것은 이상했다.

분명 화면속의 탱크가 작동해야 하는데 여전히 묵묵무답이었다.

 "이제 새로운 세상인가?"

괴한의 질문에 몇차례고 스위치를 다시 눌렀지만 화면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 노인을 바라보며 괴한은 자신의 품에서 검은 색 리모콘을 꺼내 들었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화면은 어제자 날짜의 영상을 다시 돌려놓고 있는거지."

괴한이 리모콘을 조작하자 6개의 화면이 동시에 바뀌었고, 그것을 본 노인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유럽에 위치한 농축탱크를 가리키던 화면에 나타난 것은 아름다운 여성이 황금빛 밧줄을 휘두르며 싸우는 모습이었다.

총알조차 손짓만으로 튕겨내며 조디악의 병사들을 쓰러뜨리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아시아에 위치한 농축탱크를 가리키던 화면에 나타난 것은 붉은 섬광뿐이었다.

붉은 섬광이 번쩍일때마다 조디악의 병사들은 하나씩 쓰러져 나갔고, CodA 탱크는 살포를 위해 연결되어 있던 파이프들이

하나씩 차곡 차곡 분리되고 있었다.


오세아니아에 위치한 농축탱크를 가리키던 화면에 나타난 탱크는 물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은빛 물결이 반짝일 때마다 탱크와 그안에 들어있던 농축액은 원자단위로 분해되었다.

물속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남자는 숨도 차지 않은지 태연한 모습으로 삼지창을 들고 분해되는 탱크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농축탱크를 가리키던 화면에는 녹색 빛을 뿜어내는 남자가 서있었다.

그가 농축탱크를 향해 오른손을 겨누자 그 손에서는 녹색 빛이 뿜어져 나와 Coda 농축탱크를 유리구슬처럼 가둬버렸다.

이윽고 그 남자는 탱크를 구속한 상태로 천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북아메리카 대륙에 위치한 농축탱크를 가리키던 화면은 모든 것이 불타고 있었다.

그 불길 속에서 은빛 기계 로봇이 양손에서 불길을 내뿜으며 CodA 탱크와 시설들을 태우고 있었다.

온몸이 기계였지만 얼굴은 사람이었기에 갑옷을 걸친 것인지 로봇 그자체인지는 의문이었다.


남아메리카 대륙에 위치한 농축탱크를 가리키던 화면은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그 푸른 하늘 위를 가슴에 S자가 세겨진 옷을 입은 남자가 거대한 CodA 농축 탱크를 양손으로 들고 날아가고 있었다.

남자는 눈이 부시지도 않은지 태양을 향해 똑바로 날아가고 있었다.


노인이 마치 영화에서나 볼법한 이상 현상들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 괴한이 말을 걸었다.

 "인간이 저지른 범죄라면 우리도 할수 있는 일이 있지."

 "으어어..."

노인은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몸을 가늘게 떨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괴한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괴한은 노인의 앞에 다가와 있었다.

 "이제, 죗값을 치룰 시간이다. 양자리"

 "히이이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