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만한 영화가 많아 즐거운 6월입니다.
이번에 보고 온 영화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다크 유니버스를 시작하는 영화, 미이라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미이라' 하면 이모탭과 아낙수나문을 떠올릴 정도로 브랜든 프레이저의 미이라 시리즈가
상당히 큰 영향력을 차지합니다.
그렇기에 그를 생각하고 보러가면 전혀 다른 영화를 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번 미이라는 1932년작 영화 미이라의 리메이크 영화이기에 코믹 판타지 영화가 아닌 호러 영화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주의점을 충분히 숙지한 상태로 영화를 보러 간 결과,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쉽기 그지 없습니다.
다크 유니버스, 마블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메가 히트를 친 이후 할리우드 영화계는 유니버스 시스템에 큰 관심을 두게 되죠
DC의 DC 확장 유니버스, 워너의 몬스터 버스(고질라, 킹콩 등)
이를 따라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자신들의 판권작인 몬스터들을 활용해 새롭게 만들어낸 세계관인데요.
우선 이러한 내용만 놓고 봐도 너무나 기대가 되었습니다.
영화 예고편에서부터 SCP 재단을 연상시키는 인간 집단, 프로시지움이 등장하고, 몬스터들 역시 슈퍼 히어로 못지 않게
매력적이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라 그들이 그려나갈 이야기가 너무나 기대되었죠.
하지만 열어 본 미이라는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우선, 호러도 없고 액션도 없으며, 판타지도 없습니다.
호러가 없는 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리메이크의 베이스가 된 작품이 호러영화였다고는 하나 현재 호러 영화는 쇠퇴기에 접어들어 독창적인 기법으로 사람을
놀래키는 것이라면 모를까, 기괴한 모습으로 깜짝 놀래키는 수단은 식상하기 그지 없게 되었죠.
공포의 대상이 되어야 할 미이라, 소피아 부텔라 양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오히려 눈을 뗄 수 없다는 점도
호러의 마이너스 요인이겠네요.
차라리, 호러를 포기하고 판타지적 요소를 섞은 해석을 가미하거나 액션 시퀸스를 화려하게 하는 편이 나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션은 브랜든 프레이저의 미이라 시리즈보다 부족하고, 환상적인 요소도 부족합니다.
차라리 다크 유니버스의 감초 역할을 하게 될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더 매력적이더군요.
이렇듯 고전적인 장르를 현대 시대에 가져와 새롭게 꾸밀 생각은 안하고, 관객에게 옛 것을 강요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또한 다크 유니버스라는 큰 신전을 위해 미이라 라는 훌륭한 재료를 낭비했습니다.
유니버스 시스템의 성공사례인 MCU를 살펴 볼까요?
아이언맨이 단독작품으로 메가 히트를 치고, 퍼스트 어벤져, 토르 등이 제 이름값은 못했지만
나름대로 자기들만의 영역을 새웠습니다.
이렇게 튼튼히 기둥이 구축된 상태로 어벤저스라는 지붕을 올렸기에 MCU는 훌륭한 건물이 되었고,
매년 층을 높여 나가고 있습니다.
반면 DCEU는 어떨까요.
라이벌인 마블이 벌써 2층 건물을 지은 것에 놀라 급하게 슈퍼맨이란 기둥 하나에 급하게 배댓슈라는 초대형 지붕을
올려 버리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올리지 못해 휘청거립니다.
급하게 수어사이드 스쿼드라는 부속을 가져다 대었지만 이마저도 제 역할을 못했죠.
그나마 최근에 원더우먼이라는 기둥을 제대로 세워서 간신히 건물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럼 다크 유니버스는?
'미이라' 라는 캐릭터는 아주 아주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그 증거는 한국 애니메이션 두치와 뿌꾸를 통해서도 알수 있습니다.
서양 요괴를 주제로 한 한국 만화에 대표 4인방으로 드라큘라,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함께 미이라를 배치했을 정도죠.
한국에게 이 캐릭터들은 순수 100% 수입산 서양에서 건너온 캐릭터들인데도 대표로 선정될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지닙니다.
그런데 이번 영화 미이라는 이 훌륭한 기둥을 바닥에 깔아버립니다.
기둥으로 써야 할 영화를 다크 유니버스라는 건물을 짓기 위한 바닥 소재로 쓰고 있는 것입니다.
유니버스 시스템에서의 바닥소재라는 것은 영화화 이전의 콘텐츠면 충분합니다.
팬이라는 두터운 바닥층이 이미 깔려 있지요.
그렇기에 캐릭터라는 기둥을 세우면 되는 것인데 다크 유니버스는 다크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설명하는 용도로
미이라를 써버리고 맙니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나와도, 영화 한편을 보고 나온 기분이 아니라 영화의 인트로만 보고 온 느낌입니다.
물론 다크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기는 했고, 후속작에 대한 암시도 꽤 깔아 놓았습니다만
'미이라'라는 캐릭터는 전혀 살려 놓지를 못했습니다.
이미 쟁쟁한 배우들로 다음 이야기들을 준비해 놓은 상태인데 이런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간다면,
유니버스 시스템 특유의 매력인, 관객과 캐릭터가 함께 살아간다는 기분보단
왠 쩌는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조금은 식상한 이야기를 매번 듣는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한줄평 : 몬스터가 절대악이기에 각 작품에서 반드시 바스라져야 한다는 고전적인 클리셰를 유지하려 했다면
유니버스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평점 : 7.5 / 10.0)
태그 : 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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